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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단일팀 우승 벌써 30년…이분희 재회할 날만 기다려”

관리자 │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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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단일팀 우승 벌써 30년…이분희 재회할 날만 기다려”

탁구선수권 세계 제패 30주년 우승 주역 현정화 감독의 소회


 타 종목 단일팀 초석 놓은 ‘코리아팀’
- 새 역사 쓴 그 당시의 감격 아직 생생
- 스포츠 통한 남북 화합·교류 효과 커
- 北이 마음 연다면 또 뭉칠 수 있을 것
- 부산 세계선수권 끝내 무산돼 아쉬움

1991년 4월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결성된 남북 단일팀의 현정화(오른쪽)와 북한 이분희 선수가 여자복식조 경기를 하고 있다. 당시 남북 단일팀은 두 선수의 맹활약으로 여자단체전 정상에 올랐다. 국제신문DB
오늘은 남·북한 여자 탁구선수들이 분단 이후 최초의 단일팀을 구성해 세계 정상에 오른 지 꼭 30년 된 날이다. 남북 단일팀은 1991년 4월 29일 일본 지바의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9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당시 단일팀의 주역이자 부산 출신의 ‘탁구 여제’ 현정화(사진·한국마사회 탁구단 여자팀) 감독은 그날의 감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난 27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소회를 밝혔다.

“벌써 30년이 흘렀네요. 돌이켜 보면, 저희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 감독은 단순히 우승해서 기뻤다는 감정보다, 역사적으로 뭔가 큰일을 해냈기에 의미가 특별하고 남달랐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었던 남북 선수들이 하나의 ‘코리아’팀으로 뭉칠 수 있어서다. 게다가 그 대회 이후 탁구 외 다른 종목에도 남북 단일팀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초석을 놨다는 점에 큰 의미를 뒀다. 하지만 현 감독은 “저의 가슴 한 쪽에는 다소 아픈 기억으로도 남아 있다”고 털어놨다. 그 이유를 묻자 “(같이 훈련하고 애환을 나눴던) 그 사람(북한 선수)들을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2018년 스웨덴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남북이 대회 중 ‘깜짝’ 단일팀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1991년과 2011년의 성과’ 덕분이라고 현 감독은 말한다. 2018년 당시 남북은 8강전에 진출해 맞대결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경기 하루 전 국제탁구연맹의 제안과 양측 체육회·당국의 승인 등으로 단일팀이 전격 성사되었다. 여기에는 다른 8강 진출 팀들의 통큰 동의도 결정적 요소였다. 현 감독은 “(대회 중이라 다른 팀들이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간 남북 단일팀에 대한 모습이 좋았고, 세계 평화를 바라는 뜻이 담겼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2011년의 세계 분쟁지역 국가들 대상의 친선탁구대회에서도 남북 단일팀이 이뤄졌다.

한국여성스포츠회 부회장인 그는 근래 남북 체육교류가 끊어진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저는 스포츠를 통해 남북이 화합하는 것을 직접 보고 겪었습니다. 체육 분야는 남북 교류·화합에 주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이 함께 노력해 교류가 많아지고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향후 ‘코리아 탁구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적극 나서기 때문에 북한 측이 마음을 연다면 단일팀이 다시 성사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현 감독이 가장 아쉬워 하는 대목은 ‘2020년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코로나19 사태 속에 올해 2~3월로 연기된 후 끝내 무산된 것이다. 이로 인해 부산 대회에서의 남북 단일팀 추진도 물거품이 되었다. 그는 앞으로도 세계선수권대회가 부산에서 개최되도록 계속 노력하고, 남북 단일팀 성사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단일팀 시절 단짝으로 그와 깊은 우정을 쌓은 북한 이분희 선수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 둘을 다시 극적으로 만나게 하려고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는 현 감독은 이분희와의 재회를 가슴 속에 고이 품고 있었다.

구시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