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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터뷰] 임신자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

관리자 │ 201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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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체육인 권익 보호… 스포츠계 성폭력 반드시 근절”

1980년대 세 차례에 걸쳐 세계태권도선수권을 제패하며 ‘종주국’ 대한민국 태권도의 기상을 세계에 알렸던 당대 최고의 선수에서 은퇴 후, 실업팀 인천시청의 감독을 맡아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며 후진 양성에 몰두했던 ‘동안(童顔)’의 지도자가 있었다. 이후 2000년대 대학 강단에 서 후학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교수님으로 변신, 태권도학과장과 대한태권도협회 부회장을 맡는 등 태권도 발전에 힘쓰고 있는 맹렬 여성 태권도인이 있으니 그가 바로 임신자 경희대학교 교수다. 특히, 임 교수는 한국여성스포츠회 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8월 11대 회장으로 취임해 여성 체육인들의 권익 보호와 진로 개척, 정책 수립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주 임신자 회장을 만나 성폭력 문제를 비롯, 여성 체육계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현안과 이의 해결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Q 최근 국내 스포츠계가 성폭력 문제로 시끄럽다.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A 그동안 체육이라는 특성상 위계질서에 의한 교육은 어느 정도 용인돼 왔다. 그렇다보니 상하간의 지위관계를 바탕으로 일부 지도자들은 선수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해 왔고, 올 초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팀 코치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면서 그동안 쌓인 체육계의 내재된 문제들이 표면화되는 계기가 됐다. 이에 우리 한국여성스포츠회는 여성 체육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철저한 조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주문하는 성명서를 가장 먼저 발표하는 등 작금의 상황에 대한 공론화에 나섰다. 성폭력은 신체적인 상처뿐 아니라 정신적인 후유증이 크며,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범죄이기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Q 그 어느 때보다도 선배들의 조언과 역할이 필요할 때다. 한국여성스포츠회는 어떤 단체인가.
A 한국여성스포츠회는 은퇴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로 선수시절 받았던 국가의 도움과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우리 단체는 은퇴 여성 선수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후배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의 진로 탐색과 취업 지원, 사회봉사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성 스포츠 발전을 위한 ‘후원의 밤’, ‘여성스포츠 대회’ 등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Q 취임 7개월이 지나셨는데 그동안 어떤 활동에 역점을 둬 추진하고 있는지.
A 최근 ‘체육계 미투’로 촉발된 여성 선수들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 지도자의 고용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여성 체육지도자 고용 확대를 골자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여성 30%를 할당할 수 있는 시책을 마련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대표 발의한 유승희 국회의원과 공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조직강화와 세미나 개최 등으로 여성 체육계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청취하는데 힘쓰는 한편, 향후 ‘여성지도자취업지원센터’의 건립과 운영을 목표로 현장 여성 지도자들이 초ㆍ중ㆍ고교와 실업팀에 진출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국회와 중앙부처를 찾아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Q 태권도 선수와 지도자로도 활동하셨고, 지금은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성적 지향적인 엘리트 체육의 변화 필요성은.
A 스포츠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성적 지향주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선수들에게 ‘무조건 메달을 따야한다. 1등을 해야한다’ 라는 목표보다 내 한계에 도전하고 나의 부족함을 넘어설 수 있는 내적 동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다양한 직업에서 각자의 소명이 있듯 운동선수들도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경쟁을 통해 평가되는 성과를 단순히 ‘성적지상주의’라는 표현으로 매도해 모든 전문체육인들의 땀과 열정을 폄훼하는 비난은 옳지 않다. 이에 특별한 재능을 갖춘 학생 선수들의 경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되 운동선수 만의 특화된 커리큘럼을 통해 그들의 재능을 낭비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덧붙여 여자 선수들은 여성 지도자가 지도토록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여성 지도자는 남성 지도자가 공감하기 어려운 여성 선수의 심리에 있어 섬세한 감수성과 세심한 배려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Q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스포츠 활동을 추구하는 일반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여성 생활체육인을 위한 배려와 방안은.

A 소득수준 향상과 주5일 근무제 정착으로 우리 사회는 경제적 풍요로움과 여가시간 확대에 따라 생활체육 활성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성들이 이 같은 혜택을 쉽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직장을 다니는 기혼여성의 경우 가사와 육아로 인한 제약으로 인해 스포츠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들이 체육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구조적인 제도개선과 다각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이나 지방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가는 생활체육서비스’ 사업의 확대 추진과 ‘여성전용스포츠센터’ 건립, 그리고 유아들의 보호 등을 통해 일상에 지친 여성들이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더불어 선수 출신 여성 체육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일반 여성들을 지도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하고 이에 우리 여성스포츠회도 앞장서겠다.

Q 보수적인 우리 사회 가운데서도 스포츠계는 더욱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 지도자들의 비중이 현저히 적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는데.
A 다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스포츠계에서 여성 지도자들의 설 땅이 극히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 선수들은 지도자의 꿈을 쉽게 포기하는 실정이다.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등록된 체육지도자 총 1만 9천965명 중 여성지도자는 3천500명으로 17.9%에 그치고 있다. 또한 대한체육회와 시ㆍ도체육회가 회원 단체 등에 여성 임원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다보니 여성 비율은 1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체육계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와 더불어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지원이 함께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본다.

Q 최근 심석희·신유용 사태로 인해 여성 체육인들의 피해가 조금씩 밖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도 숨겨진 진실이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후배 체육인들에게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문화체육관광부의 최근 발표를 보면 여자 프로선수 37.7%가 입단 이후 성희롱을 비롯한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포츠인권이 강조되는 현실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따라서 대한체육회와 중앙ㆍ지방정부에선 한시적인 대처가 아닌 보다 근원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피해자 지원센터와 여성스포츠지원센터 신설을 통해 상설 감시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여성 지도자의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는 양성 교육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후배 체육인들 스스로도 미래 대한민국 체육을 변화시켜 나갈 주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주길 기대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더이상 부당한 처우나 강압에 굴하지 말고,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려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용기를 내주기 바란다.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정리 이광희 기자
사진=윤원규 수습기자

출처 : 경기일보 - 1등 유료부수, 경기·인천 대표신문(http://www.kyeonggi.com)